‘만일 그래도 나타나지 않으면…….’ 귓가에 한 청년의 음성이 맴돈다. 두훈은 마지막으로 들었던 충고를 되새기며 자신의 왼쪽 눈에 한손을 얹고, 다른 손으론 미리 준비해둔 깨끗한 헝겊으로 그 위를 덮었다. 자신의 손이 떨리는 것이 한계까지 내몰린 절실함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차게 식은 몸뚱이 탓인지 알 수 없다. 두훈의 입새로 비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
후지사키 겐조는 자신의 손주가 비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대단하구나… 어떻게 이런 수를…….” 눈앞에 놓인 까만 돌을 바라보다 손주를 돌아보았다. 겐조의 손주인 키요시는 머뭇거리며 눈을 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멋대로 초콜렛을 흘린 것에 대해 혼이 날까 그런 모양이다 생각했지만, 작은 손을 들어 몇 개의 초콜렛과 돌을 담고 조물거리...
할아버지를 따라서 바둑교실을 갔는데, 너무 지루한 나머지 할아버지한테 졸라서 초콜렛을 사왔다. 바둑기원에 달린 가게라 그런지 초콜렛도 바둑알 모양이네? 신기하게 생각하며 하나씩 아껴 먹고 있는데 누군가 툭 쳐서 초콜렛을 바둑판 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오…! 이걸 네가 둔 거니?” 감탄하며 묻는 할아버지에게 나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대단하구나, 어...
소년의 눈이 방 한켠에 놓인 신문을 향한다. 《유래없는 천재 바둑 소년 ‘신도우 히카루’》 그 까만 눈동자가 무미건조하게 그것을 훑었다. “히카루, 이제 가야지~!” 여성의 음성에 소년은 답하였다. “네, 엄마.” 아이답지 않게 가라앉은 그 음성은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히카루는 깜빡 눈을 감았다 뜨며 시선을 돌렸다. [히카루, 늦겠어요!] 그리고 웅웅대며...
5살이 된 아키라는 얼마 전부터 아버지와 대국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에 함께 끼게 되었다. 어린 아키라가 의견을 내놓길 바란 건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밖에 모르는 아키라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조금 더 많은 이들의 생각과 한 수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도우야 고요가 그 장을 터주었을 뿐이다. 아키라는 아버지와 함께 참석한 그 자리에서 ...
“히카루, 어디가~!” “따라오지 마!” 히카루는 저를 쫓아오는 아카리를 쫓아냈다. 자신이 걱정된다며 쫓아오는데 그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다른 애들은 저를 신경쓰지도 않거나 오히려 저리 가라며 밀어내거나 괴롭히곤 하는데, 아카리는 이상한 아이였다. 자신에게 이상하게 상냥했다. 그 상냥함이 히카루에게는 독을 마시는 것처럼 껄끄러웠다. 부모님에게도 그렇...
은퇴라니. 말도 안 돼. 아키라는 빠르게 걷는가 싶던 보폭을 넓혀 이제는 뛰다시피 했다. 그 걸음이 어느 한 곳에서 멈춘다. “오가타 씨!” 수많은 기자들과 바둑기사들 틈 사이에서 금발머리 사내가 아키라를 돌아보았다. 사내의 갈색 눈동자가 덤덤하게 아키라를 응시한다. 아키라가 믿고 싶지 않은 얼굴로 사내를 보았다. 오가타 씨가 은퇴라니요? 그렇게 묻고 싶었...
“사이, 만약 다음에 또 붙어야한다면 누구에게 붙고 싶어? 역시 아키라같은 아이겠지? 나같이 바둑 모르는 애 말고.” [음, 글쎄요…….] 히카루의 물음에 사이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키라 같은 아이라면, 좋기야 할 거다. 물론 토라지로처럼 제게 두게 해주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워낙에 승부욕이 강한 데다, 재능도 있고 노력파이기까지 하니까……. 제법...
도우야 아키라, 신도우 히카루. 아키라는 자신의 이름과 나란히 적힌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 옆에는 9단과 8단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그것은 히카루가 가져온 종이에도 똑같이 적혀있었다. 서로의 대국을 알리는 대시합 통보지였으니 당연할까. 처음 대시합 때가 떠올랐다. 저와 히카루는 2단과 초단이었고 심지어 그땐 아버지가 쓰러지는 바람에 제대로 두지도 못했...
아지라파엘은 책을 팔면서도 아쉬운 듯 손님에게 넘어간 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크롤리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럴 거면 대체 왜 서점을 연 거야?” 악마는 늘 궁금했다. 팔지도 않을 거면서 늘어놓은 책들과 문앞에 내건 'OPEN' 펫말, 손때가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착용한 새하얀 장갑과 반면에 지저분해 보이기위한 먼지들까지. 어느 하나 이해되는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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