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크롤리는 계절에 무감각한 편이었다. 악마는 인간처럼 기온에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천사인 아지라파엘도 마찬가지일 것임에도, 크롤리는 아지라파엘에게서 ‘봄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다른 계절도 다 좋다고는 하였지만 그 표정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우리의 천사는 좋아하는 것에는 한없이 밝은 표정을 띄고는 했다. 봄. 봄이라. 악마는...
동재의 결혼식 당일. 같은 날 호랑이도 어디 장가들기라도 했는지 맑은 하늘에 갑자기 여우비가 내렸다. 잠시였지만 그 사이 예식장 밖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건명과 동재는 덕분에 아주 홀딱 젖어버렸다. “아우, 갑자기 웬 비냐.” 얄미운 타이밍이라며 동재는 말했지만 건명은 불평 없이 살짝 웃고 지나갔다. 스물하나, 결혼을 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이건명, 신동재. 그들은 숨처럼 함께였고 바람처럼 늘 붙어 다녔다. 물론 학창시절 이야기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같은 의사가 되어 이후 다른 전공으로 같은 현성 산하의 병원으로 발령. 늘 함께일 것 같던 날들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동재는 ‘아쉽다’고 했다. 건명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이렇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
지난 세월 동안 수백수천 명의 사람들이 건명의 곁을 스쳐지나갔을 테다. 과연 그 중 몇 명의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이나 마음을 주었을까, 그는 자신할 수 없었다. 사람을 보는 그대로 믿던 때가 있긴 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그것은 머나먼 옛날의 일이라 돌이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것이 아닌 양 생소함에 모든 사고가 아득해졌다.그런 그와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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